파나마 재즈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안녕하세요? 이제 어엿한 Berklee 졸업생이 되어버린 이해인입니다.

제 Erinization 졸업 리사이틀 이후로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저는 지난 1월 7일부터 17일까지 파마나Panama에서 열리는 Panama Jazz Festival

(PJF)에 다녀왔습니다. (공식 사이트: www.panamajazzfestival.com)파나마는

콜럼비아와 접경한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나라이며, 예전 사회 수업 시간에

파나마 운하를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PJF는 다닐로 뻬레스Danilo Pérez라는 파나마 출신의 피아니스트에

의해서 시작된, 중남미에서 내노라하는 재즈 페스티벌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작년 2010년 여름부터 이곳 PJF 미국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을

해왔구요. 잠시 다닐로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웨인 쇼터Wayne Shorter

와함께 쿼텟으로 활동했었고, 이번 그레미 시상식때 Best Instrumental Jazz Album에

노미네이트 되셨던 분이십니다.

다른 재즈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PJF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적인 뮤지션들과의

클리닉(일종의 워크샵)의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또한,

New England Conservatory(NEC)나 버클리의 입학 오디션 및 장학금 수여의

기회도 마련해주는 아주 뜻 깊은 행사입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하세요. 이 위키피디아 글도 제가 인턴하는 기간동안에 정말 열심히

공들여서 쓴거랍니다! http://en.wikipedia.org/wiki/Panama_Jazz_Festival)

파나마에 있는 동안에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가기 전 기대한만큼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최대한 많이 공개하겠으니 마음

단단히 드시고 무한 스크롤, 준비해주세요. *^^*

1. 파나마 도착

파나마의 수도인 파나마 시티Panama City에 도착하자, PJF 스텝

두 분이 저를 마중나와 주셨습니다.

(폴Paul과 알리다Alida: 폴은 보스턴 출신으로 현재 파나마에 거주하며 PJF를
돕고있고, 알리다는 파나마 출신으로 폴과 마찬가지로 PJF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게이트에서 나온 동양인은 저 혼자 뿐이라, 폴과 알리다는 단번에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춥고 눈내리는 보스턴에서 입던 제 두터운 복장은 31도의

후끈한 파나마에 도착하자 상당히 우스꽝스러웠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마냥들떠 더운줄도 모르고  신나라~ 했답니다.

도착한 시간이 늦은 저녁인 관계로 바로 숙소로 향했습니다.

둘째날 부터는 PJF의 스폰서인 Continental Hotel에서 묵었지만, 첫날은

루이스Luis의 부모님 댁에서 지냈습니다. –제가 현재 살고있는 보스턴

아파트에 비하면 열배는 더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완.전.대.감.격. –

루이스는 현재 NEC에서 섹소폰을 공부하고 있으며, 매년 PJF에서

공연도하면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있습니다.

(왼쪽부터:  루이스의 부모님, 루이스의 친척분, 루이스, 루이스의 아내)

어찌나 좋으신 분들인지, 지내는 하루 동안 저를 마치 친 자식처럼 대해주셨습니다.

결코 한국만 ‘정’이란게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저는 이 가족을

이렇게 부릅니다. The most beautiful family! (최고로 아름다운 가족!)

2. 임무

드디어 첫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운좋게도, El Panama Hotel의 스위트룸 이라는

아주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일을하게 되었지요. (언제 또 제가 스위트룸에서 지내

볼 수 있을까요? 하핫.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스위트룸이 제 숙소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제 수퍼바이져supervisor와 업무를 볼 때 오피스로 사용된 것입니다.)

저의 첫 임무는 프린터 셋업. 그리고 페스티벌에서 판매 할 각종 티셔츠와

가방등을 색깔, 사이즈, 개수 등으로 분류해서 재고품 목록을 작성하고

예상 수입금 총액 등을 챠트로 만들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첫날은 2011년 물품들을, 그리고 그 다음날은 지금까지 팔다가 남은 지난 PFJ

재고품을 정리했습니다. 아마 태어나서 이렇게나 많은 티셔츠를 접어 본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 허리도 아프고 지치기도 했지만, 나중에 차곡차곡

잘 정리되어 쌓인 물품들을 보니 마음이 무척이나 뿌듯해졌습니다.

중간에 비품이 떨어져, 수퍼바이져가 호텔에서 5분가량 떨어진 곳으로 저를

홀로 심부름 보냈습니다. 당장 첫날이고, 왠지 밖에 나가면 위험할 것 같고,

스페인어도 잘 못하는데 이를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했지만, 수퍼바이져가

가서 종업원에게 그대로 읽어주기만하면 된다고 스페인어로 적어준

종이와 20 달러를 덜렁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무 문제없이 비품을 사고 잠시 들른 레이Rey라는 슈퍼마켓은 저를 좀

놀라게했습니다. 슈퍼마켓에 들어가니 진열된 물품 대부분이 파나마

자국의 상품들이 아니라, 미국 수퍼마켓의 것과 꼭 같았습니 다. 그리고 또 하나,

파나마에서 통용되는 돈은 미국 달러라는 것입니다.

(덕분에 환전 걱정이 없어서 좋았습니다만.)  이곳에 도착하기 전 제

머리속의 파나마 시티는, 자연을 벗삼고 보이는 것은 바다인 휴양지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지은지 얼마 안된 높고 멋진

빌딩과 아파트들로 가득했습니다. 또한, 맥도날드, KFC같은 미국의 유명

체인업체 뿐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 회사들까지 현지인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LG, 현대, 기아,

(심지어는 금호 타이어와 대우까지)의 제품 및 광고들을

너무나 쉽게 찾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임무 완수를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자, 수퍼바이져는 저를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습니다. “You’re still alive!” (“아직 살아있구나!”)

3. 직속상사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수퍼바이져이자 직속 상사인 파뜨리시아 사라떼Patricia Zarate입니다.

빠뜨리시아는 다닐로 뻬레스의 부인이자 PJF의 총 감독executive director입니다.

그녀 역시 Saxophone/Music Therapy전공으로 버클리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대학원을 마친 훌륭한 인재이지요. 현재는 세 아이의 어머니로, 남편이자 PJF의

얼굴인 다닐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 나날이 페스티벌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아이가 태어난지 채 몇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큰 행사를 총감독하다니,

정말 대단히 강한 여성이 아닐수 없습니다.

Patricia’s performance (saxophone):

4. 페스티벌의 시작

월요일이되어 페스티벌이 개막되었습니다.

(개막식 축사. 왼쪽부터: NEC 교수님, 빠뜨리시아, 다닐로, 다닐로의 매니져,
Paris Conservatory 교수님)

(다닐로가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Danilo Pérez Foundation에서 음악을
배우는 파나마 어린이들입니다. Gershwin의 “Summertime”을 연주했지요.)

(저의 숙소 룸메이트였던 한국인 2세 바이올리니스트 남궁유리 입니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 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교에서 풀타임 교수로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PJF참여는 이번이 5번째로 현악기
클리닉을 총감독하고 있습니다.)

5.  Harlem String Quartet

페스티벌의 시작과 동시에 맡은 저의 역할은 Harlem String Quartet(HSQ)의 호스트

host였습니다. 바로 아티스트를 스케쥴에 맞춰서 안내하고 챙기는, 일종의 매니져

같은 일이었지요. 아침 일찍 8시 30분까지 호텔 밑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멤버들이

모이면 클리닉이 열리는 Atlapa라는 곳으로 함께 이동을 합니다. 혹시나 늦잠을 자는

아티스트가 있을지도 모르니 로비에 모닝콜 등으로 깨우기도 하구요. 클리닉도

제한된 시간내에 마쳐야하기 때문에, 종료 10분 전쯤 미리미리 알려도 주고, 통역이

필요하면 통역사도 불러주고, 목이 탈까 물도 챙겨주고, 점심때는 도시락도

픽업해야하고. 뭐 어머니(?)의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ㅋㅋㅋ

HSQ은 2010년 가을부터 NEC의 Professional String Quartet Training Program

과정을 이수 중 입니다.

* 바이올린: Ilmar Gavilán과 Melissa White

* 비올라: Juan-Miguel Hernandez

* 첼로: Paul Wiancko

(Harlem String Quartet의 클리닉 모습)

제가 쫓아다니며 하도 잔소리를 했더니, 호텔 방까지 따라와 자신들을 감시할꺼냐며

저에게 우스갯소리를 하던 네명의 연주자 모두 너무나도 유쾌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쳤습니다. 물론 실력 또한 엄청났고요.

Harlem String Quartet’s “Take ‘A’ Train

6. 파나마 운하

그 말로만 듣던 파나마 운하에서 VIP reception이 열렸습니다. 파나마 어린이들이

타악기를 두드리며 파나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은 그에 맞춰서 신명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저는 탁 트인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간 바쁜 일정속에서

쌓였던 피로를 풀며 숨을 돌렸습니다.

(파나마 운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