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이해인입니다. 2008년 가을 학기에 버클리로 입학하여
이번 겨울 학기를 끝으로 마침내 짧고도 긴 학업의 여정이 끝납니다.
저의 시니어 리사이틀, “Erinization,” 그 땀과 열정으로 뭉친 준비과정을 공개합니다.
마치 한 해 동안 열심히 가꾸고 돌 본 농작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거두듯, 그간의 음악적 수고와 노력을 이번 졸업
연주회(senior recital)를 통해 추수하려 합니다. 사실 저의 전공은 Professional Music으로
senior recital을 꼭 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많은 선배들이
“아, 졸업하기 전에 recital은 한 번 했어야 하는건데…”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바쁜 일정을 쪼개어 senior recital이라는 나름 큰 결심을 하게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버클리에 입학하면 시간적으로 상당히 빡빡한 삶을 살게되지만, 특히나 저의
강력한 오지랖의 본능은 저를 살인적인 스케줄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럼 이즈음해서 간단히 저의 넓디넓은 오지랖을 공개할까합니다.
( Erinization Recital 중에서)
1.
간단히 말하자면 peer advisor(PA)는 학교 신입생의 사수가 되는 것 입니다.
서류 심사와 개별 면접, 그리고 단체 면접을 통과한 학생들은 peer advisor가 되어
한 학기동안 대략 15~20명 가량의 신입생을 관리하게 됩니다. 소소하게는 학교에
관한 질문 답변부터, 고민 상담, 통역, 수강 신청들을 돕고, 수시로 모임을 주관해 신입생들이
학교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 입니다. 저는 2009년 가을부터 PA가 되어서
현재까지 3번의 다른 신입생 그룹을 맡았습니다.
2.
Jazz Revelation Records (JRR)은 Professional Music 학과에 부속된 비영리
재즈 레코드 레이블입니다. 저는 2009년 2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한 일들은 포스터 디자인, 각종 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한
프로모션, 수백곡에 달하는 demo 청취, 밴드 오디션 주관, 녹음 프로듀싱 작업,
콘서트 프로듀싱, 교내 프레젠테이션 발표 등 2년 가까이 참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재학중인 실력파 재즈 연주자들과의 networking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다양한 음악적 교류도 가능했습니다.
JRR 소속의 버클리 재학생 아티스트: Utar Artun
(Utar Artun 의 공연)
3.
현재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Panama Jazz Festival (PJF)에서 2학기째 인턴을
하고있습니다. PJF는 파나마 출신의 Danilo Perez라는 유명 피아니스트에 의해
시작된 재즈 페스티벌 입니다. (Danilo Perez 역시 버클리를 졸업해 Grammy에도
nominate된 바있었고, 현재는 버클리에서 Berklee Global Jazz Institute을 지도하시며
Wayne Shorter Quartet에서 활동 중 이십니다.) 저는 최근까지 페스티벌 관련 리서치를
맡아 하고있으며, 페스티벌 열리는 1월에는 직접 파나마로 가서 2주간 staff로
일을하게 됩니다. (페스티벌에 다녀 온 후에 글을 올릴 예정이오니
그것 역시 기대해주세요!)
이렇게 투잡에, 인턴쉽에, 거기다 학교 수업이며 연습까지…
비록 육신이 지치고 피곤하지만, 이러한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오늘도 뛰고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저의 senior recital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 “Erinization” 리사이틀 중에서, 양은희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BAND MEMBERS…
>> Pablo Vallejos (guitar): www.myspace.com/pablovallejos5tet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와 포르투갈에서 자란 독특한 배경을
갖은 친구입니다. 굉장히 예민한 귀를 지닌 이 친구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peer advisor입니다. 올초에 Asian Student @ Berklee라는 동아리
축제에서 제가 김윤아씨의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라는 탱고곡을
노래할때 함께 연주하면서 알게된 친구입니다.
파블로와 함께 공연한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 Xavier McHugh (drums): www.myspace.com/xaviermchugh
시애틀 출신의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한 친구입니다. 워낙 이 친구가 선하고
긍정적이라 “나중에 나도 너 같은 아들 낳았으면 좋겠다”며 제가 종종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재미나게도 이 친구가 입학했을때, 제가 바로 이 친구의
peer advisor였습니다.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저의 리사이틀까지
하게되서 무척이나 기뻤지요. 아! 제 리사이틀 당일날이 이 친구의 생일이었어서
뭔가 특별한 서프라이즈가 있었답니다. 그건 다음 제 2부 블로그글의
공연 동영상에서 확인하세요! 🙂
>> Nelson Leong (bass): 초기 밴드 모집시, 피아노와 기타에는 집중적으로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었는데, 이상하게도 베이스만 공석이었습니다.
어떻게할까 엄청나게 고민을 하던 중, 학교 동생의 추천으로 Nelson을
소개받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리허설 시간이면 리더인 저보다
먼저와서 항시 기다릴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며, 언제나 유쾌한 친구입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Nelson이 솔로를 맡게 된 곡이 있는데, 이렇게 실력있는
친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솔로를 맡았다고 해서 밴드 멤버들이 모두
깜짝 놀랐더랬지요. 그래서 맴버들의 반장일치로 솔로를 8마디에서
16마디로 늘려주었습니다.ㅋㅋㅋ
( Erinization Recital)
>> Sang Hyun Park (piano): www.youtube.com/user/jeong586
일명 학교에서는 “the Korean thin guy: Sang”이라고 알려진 한국분이십니다.
같은 연도, 같은 학기에 입학을 해놓고선 서로 한 번도 마주친적이
없었더랍니다!!! 본래 이번 리사이틀에서 피아노를 맡았던 친구의
이민국 관련 문제로 그만 갑자기 피아노 연주자 자리가 비어버렸습니다.
그러던중 학교 교수님께서 “해인아, 혹시 너 상현이란 친구 아니?
너 무조건 꼭 그 친구 잡아서 밴드에 합류시켜!!!”하고 적극 추천을
해주셨지요. 하늘도 제 마음을 아셨는지, 우연찮게 상현 오라버니께서
이번학기 제 vocal lab 수업의 피아노 반주자로 떡하니 들어오시지
않았겠습니까? 감사하게도 단 한큐에 수락을 해주시곤 본격적으로
리허설에 들어갔지요. 무슨 스타일이건 척척, 가끔씩 리허설때 오라버니의
솔로 파트를 듣다가 빠져들어 제가 노래해야하는 순간을 놓치기까지 했을정도니…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더 말 안해도 아시겠죠? 제가 악보 수정 관련해서 리허설
시간 외에도 오라버니를 엄청 귀찮게 쫓아다녔는데도, 늘 웃으며 도와주신
이번 리사이틀의 일등공신 이시지요.
( Erinization Recital)
>> Chang Soo Park (background vocal): 처음엔 외모를 보고서 랩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학기때 같이 보컬 수업을 수강하면서 R&B 싱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지요. 제가 농담으로 늘상 “형님~ 형님~”하고 부르는
한국분이십니다. 형님의 노래를 자세히 들을 기회가 없던차, 한번은
Diction 수업에서 Luther Vandross의 “I’d rather”를 부르시는데 어찌나
제 심금을 울리시던지, “이 오빠 대박이다….”하고 마음속으로 앞으로 함께
연주하고 싶은 사람으로 점 찍어두었습니다. 후에 같이 화성학과 작곡 수업을
같이 들으며 노래뿐만이 아니라 작곡 실력 또한 몹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요. 앞으로 한국인 R&B 기대주입니다. 🙂
>> Yuko Ishihara (background vocal): www.myspace.com/yukoishihara
목소리도 너무 좋은데다가 엄청난 노력파인 일본인 보컬입니다. 수업마다
빠지지않고 녹음을해가며 쉴새없이 연습을하는 그녀의 성실한 태도에 감동해,
바로 recital background vocal을 부탁했습니다. 겸손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저와는 너무나도 마음이 잘 통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좋은 친구입니다.
성실/책임감, 좋은 성격, 뛰어난 실력. 이렇게 삼박자를 갖추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보통의 경우, 착하고 열심히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엄청 talented하지만 성격이 까다로와 밴드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거나,
착하고 잘하는데 리허설에 늦거나 불시에 빠지는 등 이렇게 뭔가
한가지씩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사천리로 구성된 저의 밴드
맴버들 모두가 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추고있어서 얼마나 즐겁고 신나게
리허설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senior recital 준비를 통해서
음악적인 경험 이외에도, 제 삶에서 일어나는 감사한 일들 하나하나를
발견하게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rinization Recital)
REHEARSALS…
보통 리허설할 장소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합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온라인으로 리허설룸 예약이 가능한데, 그 경쟁이
워낙 치열해 예약의 여부가 거의 복불복입니다. 다행히 senior recital을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우선권이 부여되어 저 또한 이번에 그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오후 12부터 4시까지 5주간 마음편히
연습할 수 있었지요. 매번 리허설때마다 이러저런 소소한 헤프닝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저지른 실수들입니다. 제가 만든 악보에 “being around”라는 가사를
“bing around”으로 오타를 냈는데, 노래도중 별것도 아닌 이 오타
한줄에 저는 빵!하고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번 터진 웃음이
멈추질않아 한참을 큭큭거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나마 연습중에 일어난
일이라 망정이지, 실제로 공연중이었다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아찔합니다. 사실 공연 도중에도 몇번의 고비가 있긴했지만, 겨우 잘 참고
넘어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Erinization Recital)
REPERTOIRE…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세요?” 이건 제가 가장 많이 들으면서도 아직까지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한 질문입니다. 워낙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부르기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정한 리사이틀 제목이 “Erinization”입니다.
그 뜻은 “Erin화(化) 하다/되다” 입니다. (참고로 Erin은 저의 영어 이름입니다.)
그건 바로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곡들을 모두 선택해서 제멋대로 해보겠다는
그런 의미이기도 하지요.
총 8곡을 선택했는데 바로 이렇습니다.
>> Cry Me A River: 스탠다드 재즈곡을 funk로 편곡했습니다.
중간에 3/4박자로, 4/4 swing 8th로 바뀌기도 합니다.
>> Chega de Saudade: Antonio Carlos Jobim의 첫 보사노바 곡을
포르투갈어로 부릅니다.
>> Flower Made of Sand: 버클리 입학시 오디션을 보았던 곡으로,
저의 절친한 일본인 친구 Daiki Tonda가 작곡을, 제가 작사를 한 곡입니다.
>> Camel: Swing style의 곡으로 Flower Made of Sand를 작곡한
Daiki Tonda가 역시 작곡을 했으며, 작사는 제가 했습니다.
>> Help: 비틀즈의 Help를 보사노바로 편곡해보았습니다.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우리에겐 이미 친숙한 곡이죠?
이병우씨 작곡, 양희은씨 작사/노래한 곡입니다.
>> Mother Mother: 버클리 졸업생인 Tracy Bonham이라는 보컬이 부른
alternative rock 스타일의 곡입니다. 중간에 제가 꽥- 하고 소리를 지르지요.
>> You Oughta Know: 캐나다 가수 Alanis Morissette의
alternative rock 스타일의 곡으로 저의 18번입니다.
자, 그럼 이번엔 여기까지.
Part 2를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rinization Recital)
이해인 (Haein Erin Lee): www.youtube.com/agidi3
- 이수복, 그녀의 노래- Subok Lee’s How My Heart Sings - September 1, 2011
- 준비 되셨나요? 버클리 지원 및 입학 안내- Are you Ready? Applying to Berklee - August 26, 2011
- 이젠 버클리도 콤보메뉴다, 새로 내놓은 9개의 부전공 – Let’s Go for Combo Menu, New Minor Programs at Berklee - August 17, 2011
LEE, JUNG IN
GOOD JOB, E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