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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물과 같아요.”
현대음악의 최고 명문 교육기관, 버클리음대 역사상 최초의 한인 교수(Assistant Professor)가 된 재즈 피아니스트 전혜림씨는 “재즈라는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이란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세상을 이루는 가장 근본이 되는 물질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며 물, 불, 바람 등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질료’를 내세웠다. 전 교수의 답은 “음악을 하나의 세계에 비유한다면 재즈는 그 세계의 근원이 되는 질료”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한편으로 이 말은 ‘재즈는 가장 미국적인 음악’이라는 관념에 대한 조금은 다른 해석이기도 하다. 물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술, 주스, 소다 등 모든 종류의 액체의 근원이며 어떤 액체와도 섞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재즈도 어떤 종류의 음악과도 잘 결합하고 어떤 형태로도 변형된다. ‘라틴 재즈’가 일종의 장르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수많은 한국의 전통 연주자들이 재즈와의 ‘퓨전’ 공연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이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것 만해도 재즈의 포용성을 알 수 있다.
그럼 재즈는 대중음악일까? 그는 “부담 없이 즐기는 엔터테이먼트, 즉 대중음악으로서의 성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중음악으로 정의하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요소도 많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팝송을 듣는 행위와는 다르게 “재즈에 입문한다”라는 표현을 하며 ‘작정하고’ 재즈 감상을 시작한다. 재즈의 역사와 계보와 아티스트들과 경향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쉬우면서도 난해한, 은근히 까다로운 재즈의 세계에 제대로 빠질 수 없다.
“야구를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진정한 야구팬은 그냥 경기 자체를 보는 것 하고 각 팀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하나하나 분석을 하면서 경기를 즐기잖아요?”
하지만 재즈가 결코 만만한 음악이 아님을 강조하는 전 교수가 작곡한 곡을 막상 들으면 그저 부담 없이 편안하기만하다. “엔터테인먼트와 수준을 조화시켜 대중에게 격조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 언제나 그의 최대 과제다. 특히 ‘그루브(Groove)함’을 가장 중요시하는 그의 음악은 저절로 음악에 몸을 얹고 어깨와 고개를 나도 모르게 까딱거리게 되는, 재즈를 듣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종류의 것이다.
전 교수는 97년 버클리에 입학했고 석사는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마쳤다. 모교의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7년간 강의를 맡기도 했지만 정교수가 되는 것은 말 그대로 ‘Dream’으로만 여겼었다. 자신이 전공한 피아노과 34명의 교수들 중 95%가 백인이고, 그나마 여교수는 10%에 불과했다. 건강상의 이유나 특별한 결격사유가 아니면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회 자체가 드물었다.
“세상에 노력만으로도 안되는 일이 있구나”라고 뼈저리게 실감한 자리기도 했다. 당연히 기뻤고 그만큼 의욕도 충만하다. 동료 교수 모두가 그쪽에서는 내놓으라 하는 뮤지션들이고 몇몇 교수들에게는 ‘전설적’이란 호칭이 스스럼없이 붙는다. 최초 한인 교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안 할 도리가 없다. 더 바빠진 생활이지만 그래도 뉴욕의 한인들과 계속 만날 계획이다. 적어도 올해 12월까지는 매주 둘째 토요일 32가 한인타운 J’z바에서 두 시간 동안 공연을 펼친다. (출저: 한국일보, 박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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